조지 부시대통령은 임기가 끝나는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위원회(FRB)의장을 재지명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77세의 그린스펀은 즉각 수락의사를 밝혔고 주식시장은 `급등세`로 이런 결정을 환영했다. 그린스펀이 있는한 경제가 든든할 것이란 믿음에서다.
그린스펀이 내년에 새로 시작하는 FRB의장 임기는 5번째. 처음 FRB의장이 된때는 1987년. 당시 도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지명했다. 그 뒤 부시(아버지)대통령이 한번, 빌 클린턴 대통령이 두 번 임명해 지금까지 15년을 재직하고 있다. 다섯 번째 임기를 마치면 네명의 대통령을 거치며 무려 20년동안을 미국 중앙은행의 수장으로 일하게 되는 셈이다.
그린스펀을 `신봉`하는데는 여야가 없다. 민주당인 클린턴대통령 시절에는 `신경제 10년 장기호황의 견인차`로 더없는 칭송을 받았다. 공화당내에서도 지난 대통령 선거때 부시대통령의 공화당내 라이벌 이었던 존 맥케인 상원의원은 "만약 그린스펀이 죽기라도 한다면 검은 안경을 씌워 사람들이 그의 사망을 모르게 한뒤 가능한 한 오래 의장직에 있도록 하겠다"고 추켜세울 정도였다.
정권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은 `경제대통령`. 국제경제가 동조화 현상을 보이면서 그의 일거수 일투족, 한마디 한마디는 미국은 물론 전세계 금융시장과 경제 전반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린스펀 효과`라는 유명한 신조어까지 붙은 그는 이제 미국의 경제대통령을 넘어서 세계의 경제대통령으로 군림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공황(1929)이 터지기 3년전인 1926년 뉴욕 맨해탄 북부의 할렘가에서 태어난 `세계의 경제대통령`은 물론 유태인. 부모 모두 독일계 유태인으로 그가 태어난 워싱턴하이츠란 이름의 마을은 `허드슨강변의 프랑크푸르트`라고 불리울 정도로 독일계 유태인 이민자들의 밀집지역이었다. 5살 때 부모가 이혼, 163가와 브로드웨이가 만나는 할렘의 허름한 6층짜리 벽돌아파트 단칸 방에서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어머니와 함께 가난한 어린시절을 보냈다. 그린스펀은 종교생활을 열심히 하는 편은 아니지만 뉴욕대학에서 경제학 학사 석사 박사를 모두 마치는등 전형적인 뉴욕토박이 유태인으로서 살아왔다. 정치계의 거물인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고등학교(조지 워싱턴 하이스쿨) 2년 선배인 유태인.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거물 유태인 경제학자는 그린스펀 한명 뿐일까. 몇가지 통계가 이에 대한 분명한 해답을 준다. 노벨상 수상자의 25%가 유태인이라는 통계는 1편(유태인이 궁금한 이유)에서 설명했다. 이를 분야별로 보면 평화상은 유태인 비율이 10%, 문학상 11%, 화학상 18%, 물리학상 26%, 의학상 28%인데 비해 경제학상 41%로 그 비율이 껑충 뛴다. 폴 사무엘슨, 밀튼 프리드만, 로버트 솔로우, 게리 베커를 비롯 2001년의 공동수상자인 조지 아커로프, 조셉 스티글리치와 지난해의 다니엘 카네만등 최근의 수상자들도 모두 유태인이다.
미국으로만 한정하면 유태인 경제학자의 비중은 더욱 높아진다. 미국 경제학회에서 2년마다 한번씩 40세이하의 젊은 경제학자들에게 수상하는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을 받은 유태인 비율은 67%. 이상은 그동안 25명의 수상자중 11명이 나중에 노벨경제학상을 받을 정도로 권위있는 상으로 젊은 경제학도들이 가장 선망하는 상이다. 노벨상을 받은 폴 사무엘슨, 밀튼 프리드만, 로버트 솔로우, 게리 베커, 조셉 시티글리치등이 모두 젊었을 때 이상을 받았다.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교수,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로렌스 서머스 하바드대 총장(전 재무장관)등은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을 받았으나 아직 노벨상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유태인 경제학자들이다.
미국 경제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마틴 펠드스타인 교수는 만약 조지 부시대통령이 지금이라도 마음을 바꿔 그린스펀의 후임을 뽑는다면 단연 1순위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인물. 현재 부시대통령의 경제참모들이 대부분 그의 제자들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한국에서도 유명한 미국 최고의 경제평론가. 뉴욕타임즈에 고정칼럼을 쓰고 있는 그는 민주당 성향의 진보학자로 부시 행정부의 경제정책을 "부자만을 위한 정책"이라며 가장 아프게 공격하는 학자로 손꼽힌다.
로렌스 서머스 하바드 총장은 클린턴행정부시절 재무부장관을 역임했다. 그의 전임자로 미국 역사상 `최고의 재상`으로 평가받고 있는 로버트 루빈 현 시티그룹 회장도 역시 전형적인 유태인 가문 출신이다. 클린턴 행정부의 대부분을 루빈과 서머스가 재무부장관으로 재직했으니 이때는 경제정책의 쌍두마차인 중앙은행(FRB)와 재무부의 머리가 모두 유태인 이었다.
미국의 경제학계와 경제관료들중 유태인의 영향력이 어느정도인지는 이들의 이름 만으로도 충분한 설명이 가능하다. 이들을 보면 분석모델과 수학적인 유추방법을 동원한 실질적인 경제학의 아버지로 평가되는 고전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르도가 유태인이라는 것이 그리 놀랄일만이 아닌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