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라면 누구나 남의 설교를 가지고 설교를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다른 목회자가 설교한 내용, 설교집,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설교를 도용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한 두번 도용하다보면 나중에는 굳이 힘들게 설교준비를 할 필요 없어지고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의 설교를 도용하게 된다. 굳이 요청하지 않아도 매주 인터넷 메일을 통해 보내오는 설교는 절기에 맞게, 또는 좋아하는 설교자에 맞게 분류되어 있어 사용하기에도 편리하다.
문제는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이다. 성공한 목회자의 설교, 설교를 잘하는 사람의 설교, 또는 내가 준비하지 않은 설교자료를 이용해서 더 큰 효과를 누리려는 것은 하나님 앞에서나 교인들 앞에서 명백한 범죄이다. 이런 범죄는 옳지 못하다. 설교를 잘하든, 못하든, 자신이 기도로 준비한 내용으로 설교하는 것이 옳은 것이다. 유명한 목사의 설교를 도용해 '설교를 잘한다', '설교내용이 좋다', '교회를 부흥시킨다'라는 의도를 가졌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하나님 앞에서 엄연한 범죄이며 설교도둑이다. 아니 설교도둑놈이다.
고백하면, 나 자신도 설교를 도용한 적이 있다. 처음부터 도용할 생각은 아니었지만 강해설교를 하다보니 어떤 부분에서 설교준비가 막힐 때가 있었다. 그때마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설교했는가?'를 살펴보면서 자연스럽게 설교를 도용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죄책감이 있었는데, 나중에는 그런 느낌조차 없어졌다. 놀라운 것은 설교에 대한 준비시간은 최소한으로 줄어들은 반면에 '설교가 뛰어나다'라는 칭찬까지 받은 것이다.
당당하게 설교를 도용했고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 상태가 될 무렵이었다. 설교를 듣던 어느 교인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목사님의 설교는 아주 뛰어납니다. 어디서 그렇게 박식한 설교를 할 수 있는지, 또 언제 그렇게 많은 책을 읽었는지 존경스러울 따름입니다." 칭찬으로 한 말이었지만 나에게는 비난으로 들렸다. 아니 경고처럼 들렸다. 마치 망치로 머리를 얻어 맞은 느낌이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다른 사람의 설교는 쳐다보지도 않게 되었다.
특히 체계적으로 성경암송을 하고, 테필린복음을 선포한 이후에는 다른 사람의 설교를 쳐다볼 이유가 없어졌다. 성경암송과 선포로 Input이 생기자 자연스럽게 Output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말씀을 묵상하고 선포하다보면 생수의 강처럼 설교가 넘쳐 흐르는 것을 체험하기 때문이다. 설교도용에서 느끼지 못한 생명력을 느꼈다. 지금도 차고 넘치는 말씀 때문에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이다. 특히 하브루타를 해보면 하루종일 설교하고도 남을 정도의 자료로 충만해진다.
어느 목회자 세미나의 내용을 보니, 참가자 전원에게 새벽기도회 설교자료를 주고, 절기예배 자료를 주고, 사순절예배 자료를 주고, 주일설교, 찬양예배, 수요예배, 금요철야 설교자료를 준다고 한다. 그러면서 긁어모은 것이 아닌 100% 창작된 내용이라고 한다. 참 목사하기 편한 세상이 된 것 같다. 타락이 이제 보편화되어 가는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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