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가 네게 명하는 이 말씀을 너는 마음에 새기고 네 자녀에게 부지런히 가르치며(신명기 6:6-7)
숫자놀음을 멈추라 프린트   
박종신  Homepage Email [2017-03-25 10:44:07]  HIT : 526  
신학교 다닐 때의 일이다. 유명한 부흥강사였던 학교선배가 채플설교를 하러 오셨다. 설교시간은 은혜스러웠다. 그리고 나에게 잊지 못할 충격과 함께 큰 도전을 주었다. 그 내용은 바로 "성경을 100독하지 않고 설교할 생각을 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그때부터 학과공부는 별개의 문제였다. 이제 신학교를 졸업하면 목회의 현장으로 나가야 하는데 성경을 100독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강의시간에 성경을 읽지 않으면 도저히 100독을 할 수 없었다. 100독을 하기 위해 밤낮으로 독수를 늘려가기 시작했다. 1독, 2독, 3독, 5번 10독, 15독, 20독..... 그러는 사이 정작 중요한 학과공부는 놓칠 수밖에 없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젊음의 객기' 또는 '무식의 소치'라고 할 수 있었다. 젊었을 때 좋은 경험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경험이 없었다면 1독의 소중함을 몰랐을 것이다. 밤낮으로 성경을 붙들고 사는 것도 목회후보생에게 좋은 추억의 시간이 될 수 있었다. 일반대학생들처럼 청춘이라는 이유로 거리를 헤매는 것보단 훨씬 소중한 추억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남는 것은 없었다. 숫자함정에 빠져 대충대충 성경을 읽으면서 어떻게든 100독이라는 숫자만을 목표로 했던 것이다. 그런 것이 무슨 유익이 있을까. 지금도 속독을 하는 목회자들 중에는 하루에 성경을 10독 한다고 자랑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무슨 유익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런 목회자들의 목회현장을 보라. 초라하기 그지 없다. 성경읽기는 숫자 채우기가 아닌 하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얼마나 많이 읽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그 말씀을 순종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성경암송도 마찬가지이다. 얼마나 많은 절수를 암송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그 말씀을 마음에 새기어 실천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단 한 절을 암송해도 얼마나 그 말씀 앞에 엎드려 얼마나 깨어지고, 부서지고, 내려놓고, 순종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다. 많은 절수를 암송하는 것은 분명 중요한 것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말씀을 온전히 내 삶의 공간으로 모셔들이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한국교회에서 성경암송이 메리트를 잃은 이유 중에는 소위 성경암송을 한다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초라하기 때문이다. 수천 절을 암송한다는 목회자의 교회를 방문해보니 대부분 개척교회이고 교인들이 수십 명도 채 되지 않는다. 수천 절의 말씀을 암송한다고 자랑하는데 반해 어떤 열매도 보이지 않는다. 삶도 초라하고, 닮고 싶은 것이 별로 없어 보인다. 풍성함도 없고, 넉넉함도 없고, 오히려 자기만족과 고집에 사로잡혀 있는 모습을 보인다. 그렇게 성경암송한다는 사람들이 3,000절을 암송하네, 7,000절을 암송하네 하니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성경암송을 해도 별볼일이 없구나'라고 생각하게 한다. 

숫자놀음을 멈추라. '00독'이라는 함정에 빠져선 안된다. 말 그대로 독(毒)이 된다. 성경을 읽을 때는 눈이 아닌 손가락으로 읽으라. 그 말씀이 온전히 이해되지 않으면 진도를 멈추라. 그 말씀 앞에 온전히 순종할 용의가 없다면 손가락을 멈추게 하라. '그 말씀 한 절 한 절이 내 맘에 교훈되도다'가 되기 전에는 손가락을 움직이지 말라.

성경암송을 할 때는 한 절을 10,000번 이상 반복하라. 그 말씀이 내 맘에 새겨지고 녹아지고, 피와 살이 될 때까지 반복을 멈추지 말라. 내 경험으로는 기록된 성경말씀이 온전히 내 말씀이 될 때까지 적어도 10,000번은 반복할 때 이루어졌다. 10,000번을 반복한다는 것은 숫자놀음이 아닌 숫자를 극복한다는 결단이다.

아는 것과 마음에 새겨진 것은 다르다. 그 말씀이 온전히 믿어지고 마음판에 새겨지려면 10,000번은 반복해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내가 무딘 사람이기에 그럴 수 있지만 그 주장을 철회할 생각은 없다. 얼마나 많이 읽고, 얼마나 많이 암송했느냐가 아니라 내 생각, 가치관, 편견, 주장을 버리고 얼마나 그 말씀 앞에 순종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숫자놀음을 멈춰야 한다.  
     137. 대화의 끝은 성경암송이다.
     135.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