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도 이런 때가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지금 내 상태는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다'이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에 이런 고백이 사치스럽게 느껴질 분도 있을 것이다. 땅속에서는 생명들이 꿈뜰 꿈뜰대고 있는 봄의 시간에 왜 나는 방에 들어누워 2주일 가깝게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사실 이런 시간이 나에게도 낮설다. 나의 별명인 '에너자이저' 또는 '돌탱크'처럼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진행하던 나였는데, 먹고 싶지도 않고, 암송하기도 싫고, 선포하기도 싫고, 기도하기도 싫고, 글을 쓰기도 싫고, 책을 보기도 싫고, 카톡하기도 싫고, 전화통화하기도 싫다. 그래도 뭔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아무 것도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손이 가지 않는다. 그냥 누워서 빈둥빈둥거리다가 잠에 빠져든다.
병원의 진단을 받아보니 폐렴과 함께 천식이 찾아 왔단다. 생전 겪어보지도 않았고, 다른 사람에게나 생기는 병인줄 알았는데... 그런 질병들이 합병이 되어 나를 찾아온 것이다. 병원약을 먹으니 그나마 남아있던 식욕이 도망갔다.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모두 쓰다. 먹는 것에 대한 기대도 사라지고 겨우 밥 한그릇 비우는 것조차 정말 힘든 일이라는 알게 되었다.
누워서 내 증상을 진단해 본 결과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은 상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과 인터넷을 통해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라는 문장을 검색했다. 의외로 많은 자료들이 검색되었다. 그리고 한결같은 '마음의 과로'라 진단하면서 '그럴 땐 아무 것도 하지 말고 쉬는 것이 좋다'는 것이 처방이었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기에 이런 시간을 빌려서라도 쉬게 하시는 하나님의 의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암송했던 말씀이 떠올랐다.
로뎀 나무 아래에 누워 자더니 천사가 그를 어루만지며 그에게 이르되 일어나서 먹으라 하는지라(왕상 19:5)
이와 같이 성령도 우리의 연약함을 도우시나니 우리는 마땅히 기도할 바를 알지 못하나 오직 성령이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위하여 친히 간구하시느니라(롬 8:26)
아직 힘이 나지 않지만 방향은 다시 분명해졌다. 아직 연약하지만 어루만지면서 도우시는 하나님의 은총이 느껴진다. 욕심을 내려놓으라는 하나님의 권고의 시간임을 깨닫게 된다. 상황에 맞는 말인지 모르겠으나 갑자기 제갈량이 말이 생각났다.
澹泊明志(담박명지) 寧靜致遠(영정치원) "욕심이 없고 마음이 깨끗해야 뜻을 밝게 가질 수 있고, 마음이 편안하고 고요해야 포부를 이룰 수 있다."는 말이 마음에 와닿는다. 더 내려놓아야 하나님의 깊은 뜻을 밝게 가질 수 있을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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