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가 네게 명하는 이 말씀을 너는 마음에 새기고 네 자녀에게 부지런히 가르치며(신명기 6:6-7)
23. 누가 유태인인가? 프린트   
박종신  Homepage Email [2014-02-28 18:16:58]  HIT : 151  

뉴욕 맨해튼을 오갈때면 위 아래 검은색의 특이한 양복을 입고 턱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사람들이 검은색 모자와 검은 가방을 들고 삼삼오오 걷는 것을 쉽게 볼수 있다. 보통사람과 비슷한 복장을 하고 있지만 머리에 호떡 모양의 모자(야물카)를 착 달라붙게 쓰고 다니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맨해튼을 처음 찾은 관광객들에겐 생소한 모습이지만 뉴요커들에게는 아주 익숙한 광경이다. 바로 뉴욕의 유태인들이다.
그렇다면 유태인들은 모두 그런 복장을 하고 다닐까. 물론 아니다. 이보다 더 많은 수의 유태인들은 보통의 뉴오커들과 똑 같은 복장을 하고 다닌다. 본인이 유태인이라고 밝히기 전에는 전혀 눈치챌수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럼 누가 유태인이고, 어떻게 구분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유태인들 조차도 자신있게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얼마나 어려운 질문인지를 보여주는 아주 좋은 예가 있다.

1948년 이스라엘이 그렇게 기다리던 독립을 했을 때 였다. 거주할 땅을 확보한 이스라엘에는 전세계에 흩어져 있던 유태인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신생 정부는 이른바 귀환법(The Law of Return)을 만들어 유태인들의 귀환을 법적으로 지원했다. 귀환법의 핵심은 이스라엘로 돌아오는 전세계 유태인들에게 자동으로 이스라엘 국적을 허용하는 것이었다.

여기서도 문제는 ‘누가 유태인인가’였다. 수천년동안 흩어져 살았던 이들은 언어도 다르고 심지어 얼굴 색깔도 달랐다. 백인이 대부분이지만 에티오피아에는 유태교를 믿는 흑인들도 많이 있었다. 논란이 이어지자 1958년 7월 20일 이스라엘 정부는 나름대로 정의를 내렸다. “유태교 이외의 다른 종교를 갖고 있지 않으면서 스스로 유태인으로서의 믿음이 있다고 맹세하는 사람”을 유태인이라고 규정했다. 한마디로 “나는 유태인이다”는 선언만으로 유태인임을 인정하는 법이다.

하지만 이 정의도 논란을 낳았다. 이스라엘 국적을 얻고자 거짓으로 유태인임을 선언하는 경우도 많이 생겨난 탓이다. 때문에 1960년 이스라엘 대법원은 더욱 분명한 정의를 내려주었다. “귀환법에서 적용하는 유태인은 어머니가 유태인이거나, 또는 유태교로 개종한 사람이며 다른 종교를 믿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했다. ‘어머니가 유태인’이라는 혈통과, 그렇지 않을 경우 ‘유태교로 개종한 사람’이라는 신앙심중, 적어도 하나는 분명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실제 유태인들은 혈통을 중시한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인류가 모두 아담과 이브의 자손이라면 유태인은 그중에서도 특별히 신에 의해 선택받은 ‘아브라함의 자손’만을 일컫는다. 혈통을 따질 때 가장 분명한 것은 모계를 따르는 제도이다. 아버지가 누군지는 몰라도 어머니가 누군지 모르는 경우는 없는 탓이다. 따라서 유태인들은 아버지가 누구인지에 상관없이 어머니가 유태인이면 무조건 유태인인 전통을 가지고 있다. 외부 침략자인 이교도들에게 강간을 당해 임신한 유태인 여성이 낳은 아이도 분명한 유태인으로 여긴다. 최근들어서는 모계를 따르는 전통이 많이 희석됐지만 그래도 아직 정통 유태인을 따지는 기준이 되고 있다.

개종으로 인한 유태인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다. 특히 유태인들이 자신들만의 거주지였던 ‘게토’를 떠나 일반 사회와 섞이면서 이교도와의 결혼이 많아진 것이 결정적인 요인이다. 유태인 남성과 결혼한 여성이나 유태인 여성과 결혼한 남성이 결혼후 유태교를 믿는 경우가 대부분의 개종이유이다. 현대사회로 들어오면서 유태인들끼리 결혼하는 비율이 5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이다.

유태인과 한국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뉴욕에서 유태인 남성과 결혼한 한국인 여성이 유태교로 개종, 한국계 유태인(Korean Jew)가 된 것은 이제 흔치 않은 케이스이다. 맨해튼에서는 한국계 유태인 여성들끼리 모임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만남을 유지하고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유태교가 마음에 들어 개종하는 종교적인 이유도 없지 않다. 뉴욕에서는 일본인이 유태교를 믿어 이들의 정신적 지도자인 라바이(랍비)가 되어 활동하는 사례까지 있을 정도이다.

이처럼 유태인은 종교적 문화적 정신적인 측면으로 구분하지 인종이나 민족으로 구별하지 않는다. 하지만 19세기 이후 현대사회로 접어들면서 유태인들은 종교적인 성향에 따라 여라가지 종파로 나뉘어 생활하고 있다. 그러나 넓게 보면 정통주의(Orthodox Jew), 개혁주의(Reform Jew), 보수주의(Conservative) 3개로 나눌수 있다.

1)정통주의

변화에 반대하는 유태인 그룹으로 아직도 모세율법을 문자 그대로 지키는 사람들이다. 근본주의자들인 이들은 안식일인 일요일에는 아직도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문명의 이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회당에 갈때도 꼭 걸어서 가고 심지어 엘리베이터도 타지 않는다. 엘리베이터를 탈 일이 있으면 같이 탄 사람보고 버튼을 눌러달라고 부탁한다는 농담까지 있을 정도이다.

평일에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검은색으로 치장한 정통 복장을 하고 다닌다. ‘율법’대로 생활하는 보수적 성향의 이들 사회에서 여성들은 아직 가정에서 머물어야 하는 등 남녀차별이 당연시 된다. 회당에서도 남성과 여성이 자리를 구분해 예식을 올리고 여성은 지도자인 라바이(랍비)가 될수 없다. 회당에서의 예식도 아직 히브류어로만 진행한다. 가장 유태인다운 유태인인 정통주의자들은 지난 70년대까지 미국 유태인의 11%선이었으나 이제는 6백만 유태인중 5% 안팎으로 보면 될 정도로 수가 줄어들고 있다.

2) 개혁주의

유태주의도 시대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고 믿는 그룹. 유태 전통을 존중하고 고수하고 있지만 전통에 대한 ‘해석’을 현대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통을 공부해야 하지만 개인적인 양심이나 선택등을 현대사회의 생활에 맞게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예를들어 남성과 여성은 동등한 권리를 갖고 있다는 남녀평등을 처음으로 선언하기도 했다. 어머니가 유태인이어야 유태인으로 여기는 정통주의와 달리 부모중 어느 한쪽이 유태인이면 자식도 유태인으로 인정한다.

복장도 이웃 사람들과 비슷하게 편하게 입고 다닌다. 회당에서의 의식도 히브류어와 영어를 공용어로 쓴다. 다만 회당에 들어설때는 반드시 머리에 ‘야물카’를 써야 한다. 19세기 이후에 발전하기 시작한 개혁주의 급속도로 퍼지며 이제는 유태인의 최대계파가 되었고 아직도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인들의 42%가 개혁주의를 따르고 있다.

3) 보수주의

유태주의의 현대화를 희망하지만 개혁주의가 추구하는 현대화되고 개인주의적인 회당 생활은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주로 독일계 유태인학자들이 만들어낸 것으로 회당생활은 가족 같은 끈끈함과 편안함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철학적으로나 신학적으로 정통교단과 개혁교단의 중간단계에 있다. 현대성에 대한 의식은 강해 1972년 유태교 최초로 여성 라바이를 배출했을 정도로 남녀평등을 추구하고 있으나 회당에서는 아직도 히브류어가 주요 기도서로 사용되고 있다. 80년대 까지 미국 유태인의 40%선을 차지했으나 최근들어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이다.


하지만 이 같은 분류에도 불구하고 유태인들은 하나의 의식을 가지고 있다. 탈무드에 나와있는 대로 “모든 유태인은 서로를 책임진다(All Jews are responsible for one another)”는 생각에는 다름이 없다. 인종이 다르고 언어가 차이날 지라도 지구 반대편에 있는 유태인을 돕기위해 막대한 돈을 모으는 것이 유태인이다.

히틀러가 유태인들을 학살할 때 어떤 종파의 유태인인지를 가리지 않았고 이스라엘이 유태인을 받아들일 때 어떤 종파의 유태인인지를 가리지 않았다는 역사가 ‘유태인은 공동운명체’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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