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합중국`의 공식 최고의 대변인은 누구일까. 많은 사람들이 백악관 공보수석인 아리 플라이셔(Ari Fleischer)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9.11테러 이라크전쟁등 세계인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사건들이 터졌을 때마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가 가져오는 파장은 절대적이다. 그는 보수적인 공화당 정부의 강경한 소식을 전하는 사람답지 않게 부드러운 외모와 재치있는 화술로 백악관 기자실 브리핑 룸을 사로잡는 명대변인이란 소릴 듣는다.
지난 2000년 대통령선거에서 80%이상의 유태인들이 지지한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러닝메이트인 부통령후보가 유태인인 조셉 리버만 커네티컷주 상원의원)가 낙선하자 유태인들의 실망은 이만저만한게 아니었다. 하지만 당선자인 공화당의 조지 부시가 플라이셔를 백악관 대변인으로 임명하자 유태인들의 실망감은 안도감으로 바뀌었다. 미국 정부의 입이 된 플라이셔 역시 유태인인 탓이다.
플라이셔는 대변인 지명이후 한 유태계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유태교는 사람들에게 책임감과 개방적인 마음을 강조하고 다른 사람들을 보살피도록 만들어주는 종교"라며 "이 정부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바로 그런 유태교의 윤리를 가미하는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말했다. 백악관 안살림을 맡고있는 조시 볼튼 비서실 정책담당 차장도 백악관안의 대표적인 유태인. 그는 각종 인사까지 챙기는등 플라이셔와 함께 부시대통령의 최측근 참모로 분류되고 있다. 유태인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부시정부에서도 정책개발을 총괄하고 이를 밖으로 발표하는 자리가 모두 유태인인 것이다.
물론 미국 사회를 크게 볼 때 플라이셔의 역할은 역시 `정부 대변인`에 그친다. 정말로 미국을 대변하는 것은 뉴욕타임즈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등 3대 신문이다. 경제신문인 월스트리트저널은 월가는 물론 세계의 돈이 어떻게 흐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경제교과서`이고, 수도 워싱턴DC에 있는 워싱턴포스트는 닉슨대통령을 사임으로 몰고간 워터게이트사건에 보듯 세계를 움직이는 백악관 동향에 가장 정통한 `세계 정치계의 나침반` 구실을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신문은 뉴욕타임즈. "인쇄할수 있는 모든 뉴스를 전한다(All the News That`s Fit to Print)"는 사시를 가지고 있는 이 신문은 그야말로 무슨 책을 읽어야 하고 어떤 영화를 봐야하는지부터 시작해 세상 뉴스를 어떻게 접해야 하는지까지 미국인들의 사고와 생활의 기준을 형성해주는 `미국사회의 비공식적인 가이드라인`이다.
미국 언론계에서는 "미국에서는 1500여개의 신문이 있지만 이들 3개 신문에서 뉴스를 만들어 내고, 다른 신문은 대부분 이를 카피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는 얘기가 있다. `무엇이 뉴스이고, 무엇이 뉴스가 아닌지를 결정하는"것으로 평가되는 이 3대 신문의 영향력이 어느정도인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설명이다.
1851년 유태인이 아닌 헨리 레이몬드와 조시 존스에 의해 설립된 뉴욕타임즈는 1896년 유태인 갑부 언론인 아돌프 오크스에게로 넘어갔다. 현재 회장인 아서 오크스 설츠버거 주니어는 바로 그의 증손자. 설츠버거 패밀리는 뉴욕타임즈를 통해 보스턴글로벌등 33개 신문과 매컬 패밀리서클등 12개 잡지,7개 라디오 방송국 3개 출판사등을 소유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도 뉴욕타임즈처럼 유태인이 세운 회사는 아니다. 1877년 스틸슨 허친스라는 인물이 설립했으나 1905년 존 맥클린이라는 유태인이 매입했다. 그러나 1933년 대공황이 절정일 때 신문의 도산했고, 파산 경매를 통해 유태인 금융업자였던 유진 메이어가 인수했다. 얼마전 작고한 캐서린 메이어 그래함 회장은 유진 메이어의 딸이었고 지금은 그래함 여사의 아들인 도널드 그래함이 경영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도 뉴스위크 가제트뉴스페이퍼등 전국적으로 많은 언론매체를 거느리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즈의 합작사인 인터내셔널트리분은 전세계에 영어로 발간되는 신문중 최대부수를 자랑하고 있을 정도이다.
미국에서 USA투데이에 이어 최대부수를 자랑하는 월스트리트저널의 지주회사는 다우존스&컴패티로 24개의 신문과 경제주간지 배론지, 다우존스통신등을 소유하고 있다. 소유주가 유태인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회장 겸 CEO로 일하고 있는 `간판스타` 피터 칸 회장이 바로 유태인이다. 지난해 월스트리트저널의 편집인 자리를 물려준 카렌 엘리어트 하우스는 그의 부인. 이 부부는 한국 아이들을 입양해 키우는등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이다.
`3대신문`외에도 주요 언론사들이 대부분 유태인들의 손안에서 움직이고 있다. 미국 최대 뉴스 도매상인 AP통신도 편집인인 조나단 울맨과 편집국장 마이클 실버맨이 모두 유태인이다. 미국 거의 전 지역에 계열 지방신문을 두고 있는 `어드밴스 퍼블리케이션`도 유태인인 뉴하우스 형제(사무엘과 도날드)가 나눠 소유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이민온 유태인 사무엘 뉴하우스가 설립한 이 미디어 제국은 뉴올리안스타임즈등 30개 지방지와, 12개 지방방송국, 87개 케이블TV, 뉴요커 보그 글래머등 24개 잡지등을 소유하고 이을 정도이다. 총 자산가치는 80억달러에 달할 정도이다.
잡지시장도 마찬가지다. 3대 잡지로 구분되는 타임 뉴스위크 US뉴스&월드리포트중 뉴스위크가 유태계회사인 워싱턴포스트의 자회사이고 400만부이상 팔리는 최대 잡지 타임은 유태인영향력이 강한 타임워너 소속이다. US뉴스&월드리포트도역시 유태인인 모르티머 주커먼이 소유하고 있는 미국 6대신문인 뉴욕의 데일리뉴스의 자매지이다.
미국 신문이나 잡지들은 자기들의 정치적 성향을 분명히 밝히곤 한다. 예를들어 뉴욕타임즈는 진보적이며 민주당을 지원하는 성격이 짙고,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월스트리트저널은 철저히 보수적이고 공화당정책을 선호한다. 지난 대통령선거때도 뉴욕타임즈는 민주당의 앨 고어, 월스트리트저널은 공화당의 조지 부시를 지원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어느나라건 보수와 진보는 그 나라가 한쪽으로 경사되지 않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도록 양쪽에서 균형을 잡아주는 이론적이고 실천적인 힘이다. 하지만 미국의 주요 언론사들은 성향이 어떻던지 간에 기자와 컬럼리스트의 30%이상이 유태인이다. 미국 언론인들이 가장 영광으로 생각하는 `퓰리처상`도 헝가리출신 유태인 조셉 퓰리처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졌을 정도. 미국에서는 보수와 진보의 이론이 모두 유태인의 품안에서 배양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