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의 교육열은 대단하다. 한국에 살건 해외 교포이건 예외가 없다. 부모들은 자식교육을 위해 목숨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에서도 한국인들이 모여 사는 곳은 거의 예외없이 `좋은 학군`으로 보면 틀림없다. 학교수업이외에 좋은 학교를 가기 위한 `한국식 과외` 열풍도 갈수록 일반화되고 있다.
하지만 그런 한국인들의 교육열을 무색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유태인들이다. 한국 교포들이 `교육`을 위해 좋은 곳을 찾아 가면 십중팔구 유태인 동네들이다. 한국 부모들 사이에서는 "한국 아이들이 악기를 하나 배울 때 유태인 어린이들은 두 개를 한다고 보면 된다"는 얘기는 더이상 뉴스가 아니다.
미국 2대 장거리전화회사인 월드컴의 부실회계가 큰 문제가 됐을 때였다. 시티그룹계열 투자은행인 살로먼스미스바니의 유명 애널리스트 잭 그럽맨이 월드컴에 대한 분석을 좋게 해주는 대가로 샌디 와일 회장에게 요청한 것은 보너스가 아니었다. 자기 자식을 `92스트리스 Y`라는 유태인센터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에 입학할수 있게 해달라는 부탁이었다.
센트럴파크 인근 맨해튼 최고 부자촌에 있는 `92스트리트 Y`의 이사직을 맡고 있는 와일 회장이나 자식의 유치원 입학을 청탁한 그럽맨 모두 월가를 대표하는 유태인. 등록금이 명문 사립대학보다 비싼데도 입학지망자가 줄을 서 있어 하바드대학보다 더 들어가기 어렵다는 소릴 듣는 이 유치원은 유태인들의 교육열이 어느정도인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유태인 영화인 우디 알렌과 한국계 순이 사이에 태어난 아이도 이 유치원에 다니고 있다.
일반 공립학교들도 마찬가지다. 유태인이 많이 사는 뉴욕 지역의 경우 초중고 선생님의 20-30%선이 유태인이고 PTA등 학부모 모임도 거의 유태인들이 이끌고 있다. 학생수는 적어도 학교를 움직인 두 축인 `선생과 부모`는 모두 유태인이다. 한국 교포들이 많이 살고 있는 뉴저지주 버겐카운티 팰리사이트파크의 선출직 교육위원인 제이슨 김 위원은 "과거에는 유태인 명절이 학교 휴일이 아니었으나 유태인 명절 때는 이들이 모두 휴가를 내고 학교에 나오지 않아 수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다"며 " 때문에 아예 유태인 명절을 학교 공휴일로 지정해놓고 있다"고 말한다.
유태인들의 교육열은 왜 이처럼 강할까. 유태인 학자들은 스스로 세가지 이유를 들고 있다.
첫째 교육을 중시하는 독특한 종교적인 가치체계이다. 유태교에서는 `신의 이미지`로 창조된 인간의 전형을 `지성인`으로 생각하고 있다. 때문에 지성인을 만드는 `교육`은 다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인간의 의무로 간주된다. 글을 못 읽는 문맹은 유태인 세계에서는 무식하다는 선을 넘어 종교적인 죄악으로 여겨진다. 유태인 엄마로서 아이들에게 성경을 암송시키지 않는 엄마는 유태인 최악의 죄인이다. 유태인중에서 가장 지적인 사람은 유태사회를 이끄는 라바이(랍비)가 됐고, 교육자이자 선생님인 라바이는 유태인사회에서 늘 가장 존경받는 인물이다.
유태인들은 어린시절부터 성경을 암송시킨다. 그런데 그 방법이 재미있다. 우선 3살이 되면 꿀로 만든 칠판에 히브류 알파베트를 적어 어린이들이 그것을 혀로 핥으며 글자를 깨우치도록 한다. 어렸을때부터 `지성=달콤함`이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해주는 풍습이다. 그 이전에는 엄마가 성경을 읽어주면서 창세기부터 암송하게 한다. 이 암송의 저력이 유태인을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세계 최고의 민족으로 만드는 원동력이다.
둘째는 고난의 역사이다. 지난 3천년동안 다른 어떤 민족보다 고통을 많이 겪은 유태인들은 이를 극복하는 길을 잘 배울 수밖에 없었다. `고통`이라는 최고의 선생을 통해 자연스럽게 `교육`의 중요성을 느꼈다는 얘기다. 풍족하게 태어났다면 살찌고 게을러 질 것이나 등에 채찍 자국이 생길 정도로 고생하는 집에 태어났다면 재빠르게 기술자가 되는 법을 배워야 살수 있다는 오랜 경험에서다.
`지붕위의 바이올린`의 작가 숄렘 알라이켐(Sholem Alechem)은 "유태인은 항상 모자를 쓰고 다니는데 그것은 그들이 언제 여행을 떠나도록 강요받을지 모르기때문"이라고 적고 있다. "한 곳에서 쫓겨나 다른 곳으로 가서 살려면 머리 안에는 남보다 뛰어난 지식이 있어야 했다"는 설명이다. 지성은 달콤한 것일 뿐 아니라 생존을 지켜주는 `무기`였던 셈이다. (모자를 쓰는 실제 종교적인 의미는 신에 대한 경의의 표현이다)
세 번째는 유전적이라는 것. 케빈 맥도널드라는 안티 세미티즘 학자는 `혼자사는 민족:집단 혁명전략으로서의 유태종교`(1994)라는 책에서 일반 백인들의 지능지수(IQ)가 평균 103인데 비해 유태인들은 117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그가 이런 주장을 펴는 이유는 유태인을 칭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유태인들이 위험한 민족이라는 논리를 펴기위해서다.
하지만 조사의 결론에 대해서는 유태인 학자들도 부정하지 않는다. 실제 머리가 좋을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이유는 유태교는 거룩함과 금욕주의를 강조하는 기독교와는 달리 `성(性)생활`을 하나님이 주신 하나의 `즐거운 의무`로 여겨 중시한 탓이다. 가장 똑똑한 라바이등 지성인들일수록 이런 의무를 잘 지켰고, 성서의 계명처럼 "자손을 번성(To be fruitful and multiply)"시키려고 노력했으니 오랜 세월을 거치는 동안 두뇌가 차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세계인구의 0.25%인 유태인들이 노벨상 수상자의 25%이상 차지하고 있고, 금융 법률 언론등 머리를 쓰는 지식산업에 유난히 강한 것은 두뇌도 두뇌지만 분명 "교육에 대한 태생적인 열의"가 직접적인 배경인 것 같다. |